이재명 "이제 진짜 대한민국"
사법리스크 벗고 대선 '청신호'
비명계, 경선 참여자체 물음표
국민의힘, 김문수·오세훈 이어
한동훈·홍준표 경선 참여 가능성
탄핵 인용에 목소리를 높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꾸준히 입지를 다져온 만큼 한층 여유가 있는 반면 여당으로서 기각·각하에 힘을 실어온 국민의힘은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탄핵 정국 속에서도 민생·경제 행보를 펼치며 국가 지도자로서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털어낸 뒤 더욱 선명해졌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오는 14일 이전에 5월 24일~6월 3일 중 하루를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할 전망이다. 이에 맞춰 이 대표는 조만간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당내 경선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물러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무를 책임진다.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 진영에서는 이 대표 '1강다(多)약' 구도가 굳어졌다. 이 대표가 독주를 이어가면서 비명(비이재명)계를 비롯한 잠룡들의 경선 참여 자체에 의문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재명 때리기'로 존재감을 키우던 신(新)3김(김동연 경기지사·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전략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선고를 계기로 동력을 잃었다. 조국혁신당 등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그간 탄핵에 반대해 왔고 분노한 핵심 지지층을 달래면서도 중도 확장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두 달 안에 경선과 본선을 치르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선거 채비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지지층이 강하게 결속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애도기간'을 아예 갖지 않을 수는 없다. 이에 국민의힘 잠룡들은 속내가 복잡한 모양새다. 헌재가 이날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자 민주당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이 앞다퉈 환영 메시지를 낸 것과 달리 보수 진영 내 유력 주자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침묵을 지켰다.
그나마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이 헌재 선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유 전 의원은 "보수정권이 두 번째 탄핵으로 중단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통렬히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불파불립(不破不立·낡은 것을 부수지 않으면 새것을 세울 수 없다)의 각오로 (보수 재건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혼란과 갈등의 밤을 끝내고 국정 안정과 국민 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역사적 책무"라고 전했다.
한 전 대표와 김 장관도 뒤늦게 메시지를 올렸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통스럽더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유민주주의이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라며 "서로를 비난 말고 모두 함께 가자. 우리 함께 대한민국을 지키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했다. 김 장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헌재에서 또다시 파면된 것이 안타깝다"며 "이 아픔을 이겨내고 어려움을 극복해 더욱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국민 모두 힘을 모아 앞으로 나가자"고 했다.
국민의힘은 일정 기간 냉각기를 가진 뒤 대선 조직을 본격 가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일부 잠룡들이 헌재 선고에 앞서 계속해서 승복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현 상황을 대비한 움직임 중 하나로 읽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고 헌재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지금도 정치의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고 2개월 후면 대선"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시간은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될 선거"라며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 가꿔온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기 때문으로 승리를 위해 우리부터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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