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영욕의 1061일'
'공정의 화신'으로 떠올라 대통령 자리에 올랐지만 자신에겐 공정하지 않았다. 이율배반의 결말은 파면이었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결과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을 당시 수사외압이 있었다고 국정감사에서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는 말이 어록으로 회자되며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기수 파괴라는 파격을 넘어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부인 정경심씨, 딸 조민씨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통해 '공정의 화신'으로 부상했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불법 혐의만 있으면 성역없이 적극 수사를 벌인다'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이를 발판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돼 2022년 3월 9일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붙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취임 이후 용산 집무실 이전 논란, 학령기 개편,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했고, 특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각종 논란으로 발목이 잡혔다.
2024년 총선 당시 여대야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지만 채상병 수사 은폐 의혹, 대파 사건, 이종섭 호주대사 논란, 의대 증원 논란으로 그야말로 '폭망'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들었다.
거대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 등을 밀어부치자 윤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맞섰다. 이어 민주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필두로 '줄탄핵'을 이어가자 이를 참지 못하고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직무가 정지됐던 윤 전 대통령은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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