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패키징 산업서 마케팅 담당… 'PCR 프로젝트' 주도
국내 발생 폐플라스틱 활용한 재생원료 상용화 이정표 세워
"'재활용 수지' 제품으로 구현될 때마다 가능성 확인 큰 보람"
![[오늘의 DT인] "폐플라스틱, 쓰레기 아닌 자원… 재사용 전 과정 유기적으로 이어져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602102132049001[1].jpg?var=0707 "[오늘의 DT인] \"폐플라스틱, 쓰레기 아닌 자원… 재사용 전 과정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손희진 한국다우 패키징·특수 플라스틱사업부 이사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고 순환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 생태계를 해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활용을 전제로 한 설계부터 재활용, 재사용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손희진(사진) 한국다우 패키징·특수 플라스틱사업부 이사는 약 30년간 패키징 산업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글로벌기업인 다우의 시스템 안에서 국내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원료를 한국에서 상용화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손 이사가 주도한 한국다우의 '폐플라스틱 재생원료(PCR) 출시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두 번째 단계인 재활용 공정을 통해 원료화를 실현한 사례다. 이번 신제품은 PCR 함량이 각각 100%, 70%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수지로 신재 수준의 품질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손 이사는 "재활용 소재임에도 신재 수준의 품질 기준을 적용했다"며 "중금속함량 기준의 경우 유럽은 보통 1000ppm까지 허용되지만 다우는 신재와 동일하게 100ppm 이하의 기준을 적용하는 등 한국에 기준이 없어도 각국의 엄격한 기준들을 충족하다 보니 제품 인증에만 4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다우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상용화한 사례다. 한국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기계적 재활용을 한국에서 한 제품으로 국내 실정에 맞춘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다우는 국내에서 PCR 수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디카본과 경상북도 김천공장에 생산시설도 구축했다. 다우 본사가 전사적으로 통일된 품질 관리 기준과 공정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본사 기술팀이 이미 신규 설비에 대한 검수까지 완료했다.
손 이사는 "기계적 재활용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서 추가 투자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번 한국산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PCR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수출된다면 자원 재활용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재활용 소재는 단순한 업무 영역이 아니었다. 폴리에틸렌을 수거해 필름으로 재활용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드물었던 약 5년 전 연포장용 PCR 수지를 국내 최로로 제품화한 경험은 지속가능한 패키징 개발에 더욱 집중하는 전환점이 됐다.
이는 2021년 롯데칠성의 '아이시스 8.0 ECO'의 2차 포장재에 다우의 PCR 수지가 사용된 경험이다. 콜레이션 수축 필름의 상용화에 성공한 경험이자 연포장 분야에서 재활용 소재가 실제로 사용된 첫 사례다.
손 이사는 "신재를 판매할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며 "신재는 물성이 좋으면 선택되지만 재활용 수지 하나하나가 제품으로 구현될 때마다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손 이사는 "당시 국내에 PCR 소재가 없어 해외에서 수입해야 했는데 '이것이 한국산이었다면'하는 아쉬움이 컸다"며 "이 계기로 한국산 PCR 개발을 본격 추진했고 약 4~5년에 걸쳐 다우의 재활용 플라스틱 솔루션 브랜드인 레볼루프 시리즈의 이번 신제품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다우는 앞으로도 PCR 수지의 재료와 용도 모두 다변화할 계획이다. LDPE, LLDPE 등 다양한 형태의 폴리에틸렌 원료를 적용하고 연포장 외에도 샴푸 용기, 컨테이너 등 단단한 포장재와 산업용 솔루션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인도,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적극 수출할 예정이다.
손 이사는 "내년까지 레볼루프 신규 그레이드 2~3종을 추가 출시하고 알루미늄 캔 등 음료 번들 포장 등에도 적용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라며 "제품 개발을 넘어 실제 시장에서 쓰이는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을 적극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다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내 실리콘 사업부와 카트리지 포장재에 PCR 수지를 적용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실리콘은 굳지 않은 상태로 장기간 보관돼야 하는 특성상 포장재에 고도의 차단성과 내구성이 요구된다.
그는 "재활용 수지로도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1년 이상 공동 연구를 진행했으며 6개월 이상의 테스트와 인쇄·사출평가 등을 거쳐 최적화된 수지를 개발했다"며 "한국다우에서 최초로 시작한 것으로 상용화에 성공하면 해외 실리콘 공장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에도 재활용 수지를 성공적으로 적용해 가는 것이 한국다우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손 이사는 플라스틱 패키징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책임의 무게'를 꼽았다. 패키징은 식품, 의약, 일상용품과 밀접해 있어 사람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품질과 안전 기준을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손 이사는 "패키징은 단순한 포장이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관문"이라며 "재활용 소재이든 신소재이든 우리가 어떤 소재를 쓰든 빠른 성과보다는 천천히 가더라도 앞으로도 기준을 지키는 자세와 책임감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이사는 "재활용이 어려운 분야에서도 플라스틱이 다시 쓰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플라스틱을 오래 다뤄온 사람으로서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일"이라며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폐플라스틱을 고부가 자원으로 전환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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