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빠른 수로 늘자 반려동물의 노령화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
"질병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 하는 진료 단계별 보조 솔루션 구축 목표"
![[오늘의 DT인]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명… AI로 수의료 진단 패러다임 바꿀 것"](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0702102158078001[1].jpg?var=2948 "[오늘의 DT인]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명… AI로 수의료 진단 패러다임 바꿀 것\"")
김진욱 메타디엑스 대표
"의료계에 인공지능(AI) 도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과 반대로, 수의료에서는 AI가 사실상 여전히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약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 3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이 빠른 수로 증가하는 것과 함께 관측되는 유의미한 변화는 반려동물의 노령화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반려견 275만여 마리 중 9세 이상의 노령견은 114만6241마리로 40%를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반려동물 진료 영역 역시 많은 도전과 숙제를 안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역시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질병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에 따라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적확한 진료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설립된 메타디엑스는 이같은 반려동물 진료에서의 정확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진단보조 솔루션을 AI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창업자인 김진욱(34·사진) 메타디엑스 대표와 지난달 30일 만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게 여전히 너무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동물병원마다 데이터가 그냥 문서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고, 정작 데이터보다는 감에 의존한 진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상황에 따라서 진료가 몰리는 날에는 진료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요. 이런 문제들을 좀 개선할 수 있는 방식을 찾으면서 인공지능이 도입된 진단 보조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김진욱 대표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석사 출신으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 생활을 비롯해 기관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등 다양한 임상·연구 현장에서 마주친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고령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종양과 마취 등 중증진료가 앞으로 더욱 늘어나게 될 수의료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메타디엑스의 '캔서벳'은 단 1회의 채혈로 무증상 상태의 종양 유무를 예측하고 악성 여부까지 판별할 수 있는 수의진단 보조솔루션이다. 반려동물의 혈액 내에 있는 극미량의 다중 탄화수소 분석을 기반으로 종양을 분석한다. CT와 MRI 등 정밀검진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선별하는 역할을 해 정확도와 비용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식이다. 검사비 부담은 낮추면서도 수의사에게는 정확한 판단의 근거를,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는 조기 진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메타디엑스는 캔서벳과 함께 마취 전 평가 자동화 솔루션인 '바이탈벳'도 개발했다. 각 반려동물의 생체 신호를 기반으로 마취에 대한 위험도를 사전에 예측하는 솔루션이다.
"수의 진료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이 동물 환자들이 말을 못 하는 존재라는 점에 있습니다. 아픈 부분에 대한 증상을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보호자의 관찰에 의존해서 병원에 올 수밖에 없고, 실제 병명을 찾기 위해 더 많은 검사와 진료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만큼 수의사가 환자를 직접 시진하고 촉진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료 과정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수의사들이 진료를 볼 때 AI 도움을 받아서 진료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하루에 수의사가 볼 수 있는 환자는 늘어나고, 보호자들도 병원에 체류해야 하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창업 1년차 스타트업인 메타디엑스는 빠른 성과로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윤민창의재단과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로부터 5억원 규모의 단독 투자를 유치했다. 아산나눔재단의 기업가정신 플랫폼 '마루'로부터 올해 상반기 입주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메타디엑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국내 그린벳과의 공동사업화 MOU를 통해 진단서비스 유통인프라를 확장하고 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대 수의과대학을 비롯해 태국 쭐라롱껀대·까세삿대 등 해외 대학과의 공동연구협약을 통해 국제적인 신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구축한 신뢰를 기반으로 동남아와 미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디지털 벳테크 업계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이 수의료 관련한 AI 투자가 급격하기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산업 영역에서 AI 도입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데 동물병원 산업에서는 아직까지 시작 단계인 상태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빠르게 개발에 성공해서 선점 효과를 누리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그런 의미에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메타디엑스는 궁극적으로 반려동물의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진료 단계별 보조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1회 채혈을 통해 증상이 없더라도 종양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치료 후에도 재발 가능성을 추적할 수 있는 진단 주기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장기적으로는 종양뿐 아니라 만성 질환, 노령 반려동물의 건강 추적까지 확장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수의료 분야에서 AI 솔루션을 선도하는 회사, 수의진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수의사와 반려동물 보호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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