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전류 '전송선 역할'… 데이터 통신 가능
악수하면 휴대폰으로 명함전송… 터치만으로 프린트도
케이블 필요없고 보안유지 효과적… 2∼3년내 상용화
사람의 몸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최근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제1회 인체통신 아이디어 공모전을 주최했습니다. 인체통신기술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체통신이라는 말부터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인체통신이란 팔, 다리 등 인체를 이용해 사진, 동영상, MP3 등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인체통신기술은 사람의 몸을 전선과 같은 매개물질로 활용해 별도의 전력 소비 없이 인체에 통하는 전류를 이용합니다. 별도의 인터넷망을 통하지 않고 손가락을 갖다 대거나 악수를 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데이터(사진, 동영상, 음원)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인체통신기술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인체통신기술을 활용하면 자동차나 사무실의 잠금장치가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본인을 확인해 열립니다. 문 또는 자동차에 손을 대는 순간, 개인의 인증 데이터가 인체를 통해 문 또는 접촉면으로 전송됩니다. 자동차 문이나 회사 문을 여는 행동과 동시에 개인 인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처음 보는 사람과 악수로 인사하면서 상대방의 정보가 나의 휴대폰에 저장됩니다. 다른 손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각자의 명함정보가 악수를 함으로써 서로간의 인체를 전송선로로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휴대폰을 든 채 다른 손으로 프린트를 터치하면 오늘 악수로 교환된 휴대폰 속 명함내용이 바로 프린트로 출력됩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명함은 프린터와 별도의 연결 없이 인체로 휴대폰과 프린터를 연결함으로써 휴대폰의 정보가 인체를 통해 프린터로 전송이 됩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체통신SoC개발팀 강성원 팀장은 "인체통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는 휴대폰, TV, 자동차 등 그동안 논의돼온 분야 외에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주최한 공모전에도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공모전에는 인체통신기술을 이용한 성범죄 예방 서비스 비롯해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시스템, 실수 경고 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고 합니다.
인체통신은 어떤 원리로 가능할까요?
인체통신기술은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의 몸을 전선과 같은 매개물질로 이용해 데이터 통신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사람의 몸이 약간의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도체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송수신기에 접촉하고 있는 인체의 전압을 걸면 이에 따라 인체의 표면전계가 변하며 내장된 송수신기는 이러한 미세전압의 차이를 증폭해 신호로 읽는 원리입니다. 이 때 흐르는 전류는 체지방계와 같은 수준이어서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체통신기술은 하나의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만 정보를 주고받던 수준을 넘어 인간의 몸에서 수십, 수백개 장치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다중접속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체통신은 인체통신용 컨트롤러 시스템온칩(SoC)을 탑재한 휴대폰, TV,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프린터 등 다양한 기기에 공통적으로 탑재함으로써 가능해집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인체통신기술 칩의 시장규모는 1억74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면 인체통신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인체통신은 우선 유선통신에 비해 별도의 데이터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습니다. 또 무선통신에 비해 인체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보안유지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와 함께 접촉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기존 통신방식에 비해 사용자에게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인체통신기술은 상용화 전 단계이지만, 상용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강성원 팀장은 "ETRI가 이미 국내 한 대기업에 인체통신기술을 이전했으며, 다른 대기업들도 이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2~3년 후면 인체통신기술을 활용한 상용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전력, 고속통신의 특징을 가진 인체통신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기존의 유무선 통신기술이 사용됐던 시스템 중 상당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접촉 기반 인증 서비스, 건강관리 서비스 등 새로운 응용 서비스 산업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동식기자 dskang@
도움자료ㆍ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