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2단 시험발사 설계 완료
완성품 과정 반복해 검증 확인
멀리 날려면 연료많이 실어야
고강도 추진제 탱크 공정 진행
1. 장영순 항우연 발사체체계개발단장
극저온과 초고온, 초고압을 오가는 극한 조건에서 작동하는 우주발사체는 기계 산업 중 최고 난이도의 기술이다. 조립이나 용접 등 흔해 보이는 과정조차 도전과 실패, 수정과 시험이 반복된다.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 역시 개발 과정에 여러 곡절을 겪고 있다. 발사체 개발에 참여한 기술자들에게 직접 기술적 어려움과 복잡성, 노하우 축적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맨손으로 고층빌딩을 오르거나 오지를 탐험하는 모험가들과 뇌 구조가 비슷할 겁니다."
14일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난 장영순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발사체체계개발단장의 말이다. 그는 "수년간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험과 실패를 거쳐 완성한 발사체가 날아가는 순간은 고작 10여 분"이라며 "이 한순간을 위해 늘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달고 사는 건 발사체 개발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장 단장은 나로호 발사 당시 발사체구조팀장으로 참여했다. 2009년 8월 25일 나로호 1차 발사 실패가 본인이 개발한 페어링(발사체 맨 꼭대기에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 두 쪽 중 하나가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맘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발사체 개발의 어려움과 성공의 환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발사체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한 번 불을 붙이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라며 "한국형발사체는 높이 47m에 무게는 200톤에 달하고 부품 수는 자동차의 10배, 속도는 280배다. 아파트 15층 높이인 물건을 수직으로 세워 우주로 날려 보내는 일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내년 10월 한국형발사체 시험 발사를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이후 이뤄질 한국형발사체 본 발사에 앞서 로켓 2단에 해당하는 부분만 먼저 발사해보는 시험이다. 나로호는 러시아에서 발사체 1단을 들여와 발사했지만, 이보다 더 커진 한국형발사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만든다.
장 단장은 "시험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 2단만 따로 발사하는 형태지만, 그 안에 발사체의 심장인 75톤급 액체엔진을 비롯한 전체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다 들어간다"며 "현재 엔지니어링 모델로 실제 비행 모델에 대한 설계 검증 회의를 마쳤고, 내년 초 비행 모델과 똑같은 인증 모델을 조립해 다시 검증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 단장과 일문일답.
-지금 맡고 있는 '체계개발'은 어떤 일인가.
"동체와 엔진, 추진기관 등 여러 구성품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하나의 발사체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역할이다. 구성품들을 조립하면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시험하고 최종 발사하는 일을 한다. 발사체가 겉으로 보면 단순하지만, 안에는 15∼30만개의 부품이 들어있다. 이 부품 하나하나가 초속 8㎞ 속도로 날아가는 극한 환경에서 설계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전체 완성품에 이르는 과정을 반복해서 검증하고 확인한다."
-지난해 말 시험발사체 발사가 2018년으로 연기됐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대표적으로 로켓의 연료가 채워지는 추진제 탱크의 용접 문제가 많이 알려졌다. 로켓을 멀리 보내려면 그만큼 연료를 많이 실어야 한다. 그런데 연료 탱크가 커지면 그만큼 무거워져 멀리 못 난다. 결국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아야 하는데 이 모순적인 조건 사이에 절묘한 조화를 찾아야 한다. 탱크가 겉으로 보면 매끈한데 안에는 격자구조로 가장 두꺼운 곳은 10㎜, 얇은 곳은 2㎜밖에 안 된다. 이런 원형 구조물 여러 개를 쌓아 용접해 붙여나가는데, 이렇게 극도로 얇은 두께의 용접은 용접 강국인 우리나라도 경험이 거의 없다. 여러 구조물을 쌓아 가면서 만들기 때문에 한 번 잘못하면 다 버리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 세척 과정에 작은 이물질이라도 남기면 엔진 터보펌프로 들어가 자칫 폭발할 위험도 있다. 단순한 용접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품을 만드는 전체 과정이 모두 어려운데, 이런 공정을 하나하나 개발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고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다." -개발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은 가장 난제였던 75톤급 엔진 개발이 궤도에 올랐지만, 초기엔 실험결과가 실시간으로 날아올 때마다 뜨끔뜨끔했다. 얼마나 걸려야 해결 될지, 해결되기는 할지 늘 걱정이었다. 지금도 단계가 진행될수록 구조는 복잡해지고 언제 어디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완벽하다고 생각해야 발사하는 게 당연하지만 결국 100% 확신할 순 없다. 가능한 예산과 일정 안에서 반복해 실험하면서 신뢰도를 쌓는 수밖에 없다."
대전=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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