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 품는 세븐일레븐
이탈자 노리는 경쟁업체 고민
미니스톱 기존점주 포섭 관건
유통망·마케팅 시너지 전망도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인수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빅 3' 복귀를 예고했지만 업계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미니스톱의 기존 2500여 점주들을 얼마나 빨리 포섭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2010년 인수한 바이더웨이가 아직도 2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한 지붕 세 가족' 형태의 운영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미니스톱도 바이더웨이의 경우처럼 코리아세븐(한국세븐일레븐)이 지분 100%를 갖는 별도 법인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불편한 동거'를 줄이기 위해 세븐일레븐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많은 매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미니스톱이 치킨과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 매장에서 직접 제조하는 등 영업방식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전환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이미 세븐일레븐도 BBQ와 손을 잡고 최근 일부 매장에서 직접 치킨을 튀기는 등 미니스톱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오히려 한 발 앞서 즉석조리식품을 강화했던 미니스톱의 노하우가 세븐일레븐의 유통망·마케팅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이탈자를 노리는 경쟁사도 고민거리다. 업계에서는 GS25와 CU, 이마트24 등 경쟁사들이 계약 만료를 앞둔 '알짜' 미니스톱 점주들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최근 2년간 순이익률은 1.1%(2016년), 0.9%(2017년)에 불과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2억원에 불과했던 미니스톱에서 고수익 점포까지 빠져나간다면 세븐일레븐은 이익이 나지 않는 껍데기 점포만 잔뜩 끌어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수익 점포들은 경쟁사에서 다 체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고수익 점포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인수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측은 "점포전환 경쟁은 평소에도 늘 일어나고 있다"며 "바이더웨이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거의 모든 매장을 잔류시켰다"고 밝혔다.
간판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근접출점이다. 이미 전국에 세븐일레븐 점포가 9500개 이상 깔린 상태에서 인근 미니스톱이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한다면 근거리에 동일한 브랜드 점포가 출점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법적으로도 마땅한 규제가 없어 기존 세븐일레븐 점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신규점포가 아니라 기존 매장이 브랜드만 바뀌는 것이므로 매출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PB상품 등 브랜드 특화 제품들이 중복되는 문제는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시장 마지막 '퀀텀 점프'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베팅에 나선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세븐일레븐은 인수전이 시작될 때 예상가였던 30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4300억원을 써 냈다. 그만큼 이번 인수가 중요했다는 의미다.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차지했다면 6175개 매장(11월말 기준)을 확보하며 세븐일레븐과의 격차를 3000여개로 줄일 수 있었다. 이마트24가 연평균 1000개씩 매장을 늘려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정거리 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이 경쟁에서 승리하며 양 사의 격차는 1만2091개 대 3637개로 8000개 이상 벌어졌다. 오랜 기간 CU, GS25와 '빅 3'를 형성해 왔던 세븐일레븐이 다시 선두권에서 경쟁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인수에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세븐일레븐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얼마나 원만하게 전환이 이뤄질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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