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대남병원서 63세 남자
전수조사진행 과정서 '양성' 판정
하루새 확진자 53명 무더기 추가
31번 '슈퍼 전파자' 동선 환자 급증
정부는 "제한된 범위…" 입장 유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를 덮치면서 시민들이 외식과 외출을 꺼리고 있다. 20일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거리가 텅텅 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0일 하루에만 53명의 코로나19환자가 무더기로 추가 발생한 데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확진자 1명이 사망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국내 확진자는 총 104명으로 늘면서 1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슈퍼 전파자'인 31번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 연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넘어 '대유행(팬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에 이어 인접지역인 경북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초비상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20일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어제(19일) 저녁부터 코로나19 감염자 53명이 추가 발생해 총 104명이 됐다"면서 "현재는 해외에서 유입되던 코로나19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확진자로 판명된 감염자 중에 국내 첫 사망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63세 한국인 남성으로,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 13명 중의 한 명이다. 당국이 사망자를 포함해 청도 대남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현재 31번 환자가 속해있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들 확진자와 역학적 연관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특히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감염자와 접촉자 규모가 상당해 역학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28명 내외로 특별지원단을 구성해 현지에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부본부장은 "확진된 환자들은 우선 대구의 음압격리병상으로 이송하고 인근 지자체의 격리병상도 활용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는 중"이라며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의 감염진행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감염원인과 경로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감염사례가 대구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어, 이미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현재 31번째 환자가 발병 후에 예배를 봤던 2월 9일과 2월 16일에 동일 장소, 동일 시간대에 예배를 본 명단은 1001명이다"면서 "1001명에 대한 명단을 신천지교회로부터 제공받아 자가격리조치와 유증상 여부에 대한 전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50명이 넘는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의료계는 정부가 지역사회 감염을 공식화하고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역사회 전파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추가적인 상황 관찰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직 '경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총리실 업무보고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중앙정부 예상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면서 대구를 특별재난지구로 선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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