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게 대선을 묻는다 - 당선인에 바란다, 이것만은 꼭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 현실정치와 소통해야
정책어젠다 목록 만들고 우선순위 정하는 일부터 필요
실용 정책으로 민생경제·나라 살리는데 전력 기울여야
민주당 사람중에 인재 발탁하는 탕평책으로 통합 시작
국민들 제왕적 대통령제에 이골… 文 정부 반면교사로
![[대통령 윤석열] "정치신인 떼고 정치력 발휘할 본격무대… 통합과 협치가 우선"](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102100369660001[1].jpg?var=4900 "[대통령 윤석열] \"정치신인 떼고 정치력 발휘할 본격무대… 통합과 협치가 우선\"")
윤석열 당선인은 10일 당 선대본 해단식에서 "대통령이 된 저는 모든 공무를 지휘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당의 사무와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당선 인사에서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 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지만 향후 당선인의 통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면 여당과 소통이 미흡했다. 소통보다는 청와대 비서들이 당에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는 형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윤 당선인의 발언에서 그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기우일까.
문재인 대통령 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에 안존하며 정치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등한히 한 결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치러야 했다. 국민들이 익히 보아온 바다. 반면 인사권 행사에서는 기민했다. 중앙부처 과장급 인사까지 청와대가 간여했다. 심지어 '이권'에서마저 청와대가 교통정리를 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권력의 사유화요 권력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않는 형태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비판의 화살을 받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국가원수의 자리에 오른 윤석열 당선인이 한 발언이 심사숙고에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정돈된 그의 철학과 국정 스타일이 드러날 것이다. 그렇지만 윤 당선인의 이날 발언을 접한 전문가들은 당선인이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발언은 함의가 적지 않다고 보았다. 잘못된 생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본보는 지난 약 두 달 간 저명한 정치·행정학 교수와 칼럼니스트 다섯 분에게 [대선을 묻는다]라는 연속 와이드 인터뷰를 벌여했다. 다시 '당선인이 이것만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소통' '협치' '통합'이 최우선 과제로 제기됐지만 답변마다 접근법에서는 조금씩 달랐다. 모든 분들의 견해에 관통하는 흐름은 '오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최대 임무는 '정치'=윤 당선인이 '정치에 관여 않겠다'고 한 데 대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당선인은 이제 정치 초보가 아니다"며 "국정은 정치의 최고 영역이고 대통령은 그 최고 책임자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강 교수는 "당장 당선인을 보좌하는 유능한 참모를 두고 현실 정치와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앉아 비서를 통해 지시, 전달 받는 시대는 이미 아니라는 의미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선인의 그 말은 이른바 '정치꾼'들을 인수위나 청와대 심층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의미라면 신선한 메시지"라며 "하지만 여소야대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의도 정치를 이용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지금 정치 선진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대통령이 현실정치와 거리를 둔다면 누가 정치개혁을 할 것이냐?"며 "우리 사회 문제의 많은 기원이 정치에 있고 그 해결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정치의 사법화'가 과잉된 상태에서 정치가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원인 제공자가 됐다"며 "윤 당선인은 스스로 정치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하루빨리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통합 제도설계 필요=반반으로 갈린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제1의 정책목표가 돼야 한다는 데 다섯 분의 교수들은 모두 동의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거버넌스가 정착돼야 하고 이를 위해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당선인은 최단 시간 내에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50%가 넘는 국민들을 끌어안을 유형의 제도나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윤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가까스로 이긴 승자"라며 "미래지향적 정책, 통치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 할 때 그들이 돌아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박 교수는 민주주의의 맹점으로 치부되는 '과정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능력의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최고의 전문가그룹을 만들 것"을 권했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정부를 위해 강 교수는 당선인이 '공신록'을 만들기보다 "정책어젠다 목록을 만들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신문 칼럼니스트)는 "정권교체론이 줄곧 정권유지론을 압도해 왔음에도 윤석열 후보는 대선 사상 가장 작은 표차로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었다"며 "문 정부와 민주당 정권이 모든 권력기관과 제도언론, 시민사회의 프로퍼갠더 머신(선전선동 기제) 등을 총동원해 박빙의 결과를 만든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윤 후보자와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압도적 민심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윤 당선인에게 국민통합은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부는 현실에 입각한 실용정책으로 민생경제와 나라를 살리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또 "대한민국을 둘로 쪼개버린 20대 대선은 우리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연적이라는 교훈을 웅변한다"며 "보수 진영은 산업화의 신화에, 진보 진영은 민주화라는 신화의 포로가 되어 서로를 적대시하는 건 입체적인 한국현대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상호 배제적인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당선인이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한국적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의 토대 위에 공화혁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서로 적대하는 과거가 아니라 법과 정의, 연대(連帶)와 공존의 조국(祖國, patria) 대한민국을 함께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미래로 전진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야당과 공통분모 찾아 취임과 더불어 집행해야=김 교수는 "윤 당선인은 여론조사와 달리 0.73%(24만표)라는 역대 최소 차이로 당선됐다"며 "숨어 있는 민심의 저류(底流)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지난 인터뷰 때 '이대녀' 등을 중심으로 '샤이 이재명 5%'가 존재하고 SNS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이재명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점을 국민의힘에 경고했었다. 김 교수도 통합과 협치가 윤 당선인에게 떨어진 가장 큰 숙제라며, 인사와 정책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 사람 중에서도 인재를 발탁하는 탕평책을 써야 한다"며 "정책에서는 소상공인 지원정책, 부동산 등에서 민주당과 공통점이 있는 정책들을 우선 채택하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우선 국민은 윤 당선인이 얘기했던 대장동 사건 수사와 적폐청산 등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 궁금해 할 것"이라며 "그에 대한 결정을 마냥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홍 교수는 "부동산, 감염병 대응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통분모가 많다"며 "172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을 대하는 데 있어서 함께 할 수 있는 분야부터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교수는 "이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해 국민들과 정치권이 이골이 나도록 교훈을 얻었다"며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권을 반면교사 삼으면 실패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야당(민주당)에 대해서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는데 야당이 갓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를 발목 잡는다면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며 "협치와 국민통합은 야당의 몫도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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