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까지 국세수입 전년比 24조 ↓
정부 허리끈 졸라매는 방식 대응
기재부 '예산 불용' 대응안 검토
21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부적으로 올해 세수 부족 상황을 예산 불용(不用)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정에서 불용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통상 예산 불용은 사업 중지 등 피치 못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만, 세입이 부족할 때 세출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타개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정부가 3월까지 걷은 국세는 총 8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11조1000억원)보다 24조원이 줄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예년과 같은 세수(284조8000억원)를 거둔다고 해도, 연말 기준 국세 수입은 371조9000억원에 그친다. 정부의 세입 예산인 400조5000억원보다 28조6000억원이 부족하다. 이미 30조원 가까운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올해 남은 기간 경기 전망도 마냥 희망적이지는 못하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진행되면서, 하반기에 세수 부족분을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 전망은 하반기 성장률이 기존 예상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하반기 경제 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금융연구원도 하반기 성장률을 1.9%에서 1.7%로 0.2%P 낮췄다.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중(上低下中) 정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1분기에 발생한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를 메꾸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세입이 부족한 상황에서 예산을 원래 계획대로 집행하려면, 정부는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 건전재정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철학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물리적으로 올해 국채 발행 한도가 발목을 잡고,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도 추경 편성에 걸림돌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동안 추경 편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계획이 있냐'는 질의에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걱정대로 세수 상황이 녹록치 않으니 여기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고 지출 축소를 시사했다.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빚을 끌어와 기존 지출 계획을 유지하는 방안을 포기하면 남은 해결책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재정당국이 예산 불용이라는 고육책을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정부가 세수 부족 상황을 불용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이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이후 근 10년 만이다. 정부는 2013년 18조1000억원을 불용했는데, 이는 전체 예산의 5.8%에 해당한다. 당시 국세 수입은 201조9000억원으로 세입 예산(210조4000억원) 대비 8조5000억원 부족했다. 이듬 해인 2014년에도 17조5000억원(5.5%)을 불용해 세수 부족 상황에 대응했다.
불용 예산은 예정대로 배정하되 각 부처에 집행을 줄이도록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좀 더 명확하게 하려면 예산당국이 사업 예산 자체를 아예 감액 배정하는 방식도 있다. 다만 불용이나 지출 구조조정 규모를 늘리더라도 법적으로 지출이 규정된 복지지출 등 의무지출은 대상에서 빠진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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