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만2210원 첫 제시… 인상률 26.9% 요구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서 공개
경영계 "현실성 없는 인상안"
업종별 구분 반대 15표로 무산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 2210원을 제시했다. 올해(9620원)보다 무려 26.9%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다 문을 닫을 판"이라는 소상공인들의 절규도 아랑곳 하지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경기 둔화로 코로나 직격탄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구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은 무산됐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22일 정부세총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7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인상안을 내놨다.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적용한 월급 환산 금액은 255만1890원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소비 활성화와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을 통한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악화하는 임금 불평등 해소, 산입 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을 인상 근거로 내세웠다.
경영계는 노동계 요구안에 대해 현실성 없는 인상 폭이라고 반박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은 외면한 채 26.9% 인상하라는 것은 모두 문 닫으라는 말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주휴수당과 5대 사회보험, 퇴직급여 등 비용을 고려하면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인건비 부담 증가로 폐업을 고민하는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업종별 구분 적용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업종별 구분은 이날 회의 표결서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 2년간 최저임금이 29% 급등해 사지로 몰린 악몽을 떠올리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외치고 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전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중한 최저임금은 삼중고와 복합 위기에도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을 헤어 나올 수 없는 적자의 수렁에 빠뜨리고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우리 최저임금은 이미 비슷한 경제여건의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많은 편이다. 소공연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한국보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높은 홍콩은 시급 6544원, 일본은 8702원, 대만은 7333원을 적용하는 등 한국의 9620원 보다 낮다. 싱가포르는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시장 결정에 맡기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위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긴 어렵다"며 "물가도 올랐고 최근 5년간 인상률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지금은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전제로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은 오는 29일까지로 최저임금위는 그 이전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 교수는 "노동계는 항상 최대치를 부르는데 그 수치만큼 관철될 가능성은 없고 협의를 할 것"이라며 "남은 일주일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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