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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론칭 6개월만에 美 판매 1위… `K-생리대`로 새로운 한류 만들고파"

김수연 기자   newsnews@
입력 2024-05-20 14:09

백양희 라엘 대표
20대 청년 시절에 'K-콘텐츠' 미국 수출 업 삼는 것 꿈꿔
韓·美서 성장… "글로벌 여성들이 다 아는 브랜드 됐으면"


[오늘의 DT인] "론칭 6개월만에 美 판매 1위… `K-생리대`로 새로운 한류 만들고파"
백양희 라엘 대표. 라엘코리아 제공

18년 전 하버드 MBA 재학 시절, 디즈니그룹 전략실에서 여름인턴을 하며 K-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일을 꿈꾸던 한 20대 여성이 있었다. 굴지의 글로벌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에서 브랜드 파워 전략을 배우며 한국 콘텐츠 수출 전문가를 꿈꿨던 이 여성은 지금은 의욕과 실력으로 무장한 40대 스타트업 대표가 돼 새로운 한류를 펼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K-생리대'를 시작으로 세계 우먼케어 시장에 한류를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는 백양희(44·사진) 라엘 대표의 이야기다. 계절이 봄에서 초여름으로 막 넘어가기 시작한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라엘코리아 사무실에서 백 대표를 만났다.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라엘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날은 글로벌 인플루언서 대상 한국 초청 투어 행사를 위해 미국에서 입국한 지 엿새째 되는 날이었다.

백 대표는 약간 빠르면서도 전달력 좋은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진정한', '진짜의'라는 의미를 지닌 'REAL'의 뜻을 담되, 흔하지 않은 이름으로 짓고 싶어서 철자 순서를 바꿔 'RAEL'을 회사이름으로 했죠. 어때요? 이게 뭐지? 하고 보게 되지 않나요?"

백 대표 앞에 놓인 제품들에 각인된 'RAEL'표기를 다시한번 살펴보는 사이, 이 회사에 대한 창업가의 설명이 이어졌다.

2017년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여성 3인이 만든 우먼 웰니스 케어 브랜드 라엘은 현재 LA 본사와 한국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지사는 2018년에 열었다. 창업자는 한국인, 제품 생산지도 한국이지만 미국 스타트업이다.

대표 제품은 라엘 유기농 생리대인데, 기록이 화려하다. 론칭 6개월만에 미국 아마존 유기농 생리대 판매 1위를 시작으로, 미국 아마존 생리대 전체 카테고리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타겟, 월마트, CVS, 월그린 등 대형 유통사 포함해 약 2만개의 미국 리테일 매장에도 입점한 상태다. 작년 12월 기준 라엘 생리대의 누적 온·오프라인 판매는 9억1000만개에 달했다.

백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스타트업과 글로벌 소비재 대기업과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 그래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라엘을 시작했다. 오가닉 코튼으로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론칭해서 반향을 일으켜보자고 의기투합했고, 타겟·월마트에 가서 직접 피칭하면서 회사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때 에너지가 느껴지더라"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생리대 사업은 작가 출신인 공동창업자 아네스 안(CCO)님이 디즈니 영화사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저에게 던진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생리대 뭐 쓰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생리대를 써 온 20년 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여성 건강과 밀접한 제품인 생리대에 대해 몸에 좋은지, 안 좋은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지했다는 걸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시장에는 건강한 성분의 재질로 만들어진 생리대가 없었고, 여기서 기회를 찾아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아네스 안이 해줬다. 저 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터였고, 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함께 창업했다"고 덧붙였다.

라엘은 설립 이후 5년 내에 10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달성했고, 2018년 3월 프리 시리즈 A(280만 달러), 2018년 9월 시리즈 A(1750만 달러), 2022년 3월 시리즈 B(3500만 달러) 등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한 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한국지사를 통해 일본·동남아시아 시장 기회를 확대하고, 미국 본사를 통해서는 캐나다·유럽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먼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백 대표는 "한국지사는 공동창업자인 원빈나 대표(CPO)가 맡고 있는데, 한국지사에선 'K-뷰티'가 강한 일본·동남아시장에서, 미국에선 캐나다·유럽 쪽에서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포부는 청년 시절의 꿈과 맥이 이어져 있기도 하다. 백 대표는 K-콘텐츠를 발굴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이 20대 때의 꿈이었다. 지금은 '콘텐츠'가 '생리대' 등 우먼케어 제품으로 바뀐 셈이다.

그는 하버드 MBA 시절 디즈니그룹 전략실 썸머인턴 경험을 한 후,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들어갔다가 다시 디즈니에 입사해 영화사 배급팀 디렉터로 일한 바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콘텐츠에 대한 그의 꿈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백 대표는 "한류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꼭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미국 사람들이 접하지 못했던 한국의 제품을 소개하는 것도 한류와 관련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포부로만 끝나지 않도록 일도 벌였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로밍 위드 라엘(Roaming with Rael)'이라는 타이틀로 6일간 진행한 투어에 직접 참여해 K-뷰티의 본고장인 한국에서 미국 뷰티 인플루언서와 뷰티 전문매체 에디터들에게 라엘을 소개하고 한국 문화를 알린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미국에서 라엘의 건강기능식품을 론칭했다. 이로써 페미닌 케어, 스킨케어에 이어 이너케어까지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을 완성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라인업을 확장해 여성 청결제, 청결 티슈, 인그로운 헤어 케어 제품, 이너케어 젤 질세정기 등 '여성의 건강한 삶을 위한 360도 케어'를 완성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 10월에는 여성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엘 밸런스'를 론칭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하고, 작년 4월에는 스킨케어 브랜드를 '라엘 뷰티'로 리뉴얼 출시했다. 오는 6월에는 와이존에 뿌리는 청결 미스트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라엘을 더 성장시켜 대기업들에 도전하는 브랜드, 여성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지금은 미국,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안에는 글로벌 여성들이 다 알 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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