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ㆍ부품ㆍ완제품간 연계 고른성장 이끌어
차세대 기반기술 R&D 중점 투자 '신산업창조전략'
경쟁력 제고방안 매년 발표 … 중기 역량강화 주력
일본 부품ㆍ소재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조립완제품 부문의 점유율을 능가하면서 전통적인 산업별 피라미드가 역전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부품소재산업은 부가가치 증대와 높은 생산성, 수요 증가에 맞춘 리드 타임의 축소를 모토로 타 부문과의 연계능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우수한 품질관리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며, 수요에 맞게 즉시 생산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부문 전자재료의 독과점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부품소재 시장은 기술과 설비투자의 진입장벽이 높고 대체재 제공이 불가능해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과점화가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중 전자소재 업체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익률, 성장률에서 조립 대기업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단말기의 `이익 없는 번영'과는 대조적으로 부품ㆍ소재 메이커는 차별화된 기술을 통해 획득한 높은 시장점유율로 고수익을 실현하는 있습니다.
◇성분의 노하우 아닌 제조의 노하우=일본의 경우 현재 완제품 업체의 구매자 우위 구도가 소재 기업의 판매자 우위 구도로 새롭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특히 LCD TV, HDD, 반도체 등의 영역에서 소재기업 우위성이 현저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제품의 경우 부품이나 소재에 있어서 한 두개의 벤더가 공급하는 형태가 되고 있어 이들이 업계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일본의 강점으로는 자사의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고기능 부자재를 내재화시키고 블랙박스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첨단 부품ㆍ소재 부문에서 약진하고 있는 기업의 장점은 `성분'의 노하우가 아닌 `제조'의 노하우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소재-부품-완제품 산업간 긴밀하고 신속한 조율의 연쇄가 가능해지면서 협력의 거래관계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 고도의 부품소재 산업 클러스터에 의해 `소재-부품-완제품'간 수직적 관계 구축과 수평적 연계가 한층 긴밀해져 최종 제품의 첨단 기술개발 과정에 전문 부품소재기업의 참여를 촉진, 결국 고른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부품소재 관련 산업정책은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 기술력 확보에 역점을 두고 일관성 있게 진화해야 합니다. 일본은 이러한 점에서 산업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유발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일본정부, 리스크가 높은 차세대 기반기술 투자에 집중=일본은 고도 성장기(1950∼1975)에는 선택적 중소기업 육성 정책으로 특정 산업 부문을 집중 지원했고, 성숙기(1975∼1990)와 조정기(1999∼2004)를 거치면서 금융 인프라 정비 등 기능적 측면의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민간이 담당하기에 위험도가 높은 차세대산업기반기술 R&D사업, 신에너지기술 R&D사업, 창조과학기술추진제도, 신세기 구조재료 프로젝트 등 첨단 소재 분야 등의 연구개발을 중점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일본은 핵심 부품소재 분야에서 방대한 기반산업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소기업 및 지방소재기업 등의 유기적 연계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 신산업창조전략(2005)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제조 중소기업 강화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부품소재 제조를 위한 공통기반기술분야(주단조, 프레스가공, 도금 등)를 강화하고 소재기업의 투자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소재-조립산업간 정보 교류의 확대를 꾀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 신산업창조전략에 기초해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제산업 정책을 매년 발표하고 있고, 이 가운데 특히 고도 부품소재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최우선 기치로 내걸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와 산학관 협력에 의한 신산업 창조를 목표로 하는 `기술전략 맵'을 매년 수립,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일본의 혁신은 성과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이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길재식기자 osolg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