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장치 '제어반' 이 운행 방식 결정ㆍ관리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효율성 향상
더블데크 등 신개념 시스템도 '속속'
25층 아파트의 21층에 살고 있는 이 대리. 2000년대 초반 지어진 이 건물에는 200세대가 넘게 살고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두 대뿐이어서 출근시간이면 하염없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곤 합니다. 오늘도 바쁘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선 이 대리. 그러나 1분, 2분… 엘리베이터는 올 생각을 안하고 이 대리의 머리 속은 지각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계산하느라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시간은 최소 7분 이상이고 많게는 20분에 이릅니다. 엘리베이터의 평균 운전간격은 오피스텔의 경우 40초, 20층 아파트는 약 120초, 호텔 등 오피스 빌딩은 약 40초이므로 집과 사무실 출퇴근, 사무실 점심시간만 계산해도 6.6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외근이나 이동이 잦은 분들이라면 훨씬 많겠지요.
◇멍청한 엘리베이터 `왜?'=도시의 일상생활에 빠질 수 없는 엘리베이터지만 이 대리의 경우처럼 속 터지는 일도 종종 겪게 됩니다. 만원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은 제외하더라도 21층 버튼을 눌렀는데 20층 손님을 태우고 내려가는 야속한 경우를 몇 번 당하고 나면 첨단 IT 시대라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엘리베이터의 운행 방식을 결정하고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 바로 제어반입니다. 여기에는 엘리베이터의 운행에 필요한 모든 제어회로가 집중돼 있어, 전류 및 전압을 제어해 규정된 속도를 낼수 있도록 하고 승객의 요구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이동시킵니다. 각종 안전 장치들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 이상 유무를 판단하고 또 운행과 조명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제어반은 엘리베이터 운행의 핵심 장치이기 때문에 대부분 철재로 철저하게 보호돼 있습니다.
제어반은 1970년대 릴레이 소자 방식, 80년대 전기적 제동방식을 거쳐 90년대 후반부터는 제어 기능별로 별도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분산 배치해 독립 처리하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단일 박스 대신 분산제어 방식이 도입되면서 엘리베이터의 신뢰성과 안전성, 유연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지요.
◇운행 패턴까지 스스로 학습=문제는 역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입니다. 20층 기준 아파트의 경우 승객이 2분 이상 기다릴 경우 대기시간이 길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초창기 엘리베이터 제어 알고리즘은 단순히 최단 시간내에 운행 가능한 엘리베이터를 계산해 배치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대기시간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후 업계에서는 대기시간을 줄이고 운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데 애를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퍼지(Fuzzy) 이론을 적용한 인공지능 방식을 적용해 엘리베이터가 운행 현황을 스스로 학습해 요일별 및 시간대별로 엘리베이터를 자동 배치해 운행 효율을 높이는 기능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엘리베이터 주행시간, 주행별 승객수, 엘리베이터 속도, 건물 층수, 상주인원 수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교통량을 산출해 후 적절한 수의 엘리베이터 설치하게 됩니다.
◇신개념 시스템 속속 등장=엘리베이터의 과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더블데크 엘리베이터와 목적층 등록시스템이 대표적인데, 먼저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는 한 개의 동일 승강로에 2대의 엘리베이터를 수직으로 연결하여 연속적인 2개의 층을 동시에 운행하는 신개념 엘리베이터입니다. 기존 엘리베이터 대비 운송능력이 두 배로 늘어나고 정지 층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탑승객의 대기시간이 줄어 초고층 빌딩에서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50~60층 규모의 빌딩은 30%까지, 100층 이상 규모의 빌딩은 최대 44%까지 승강로 규모를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인 공간 활용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목적층 등록시스템'도 있습니다. 지금은 승객이 엘리베이터 문 옆에 있는 상하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탑승한 후 목적층을 누르는 방식이지만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서 가고자하는 층수를 입력하면 엘리베이터 시스템이 여러 승객들이 입력한 층수를 분석해 같은 층으로 가는 승객을 함께 탑승하도록 합니다.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같은 층에 대한 중복운행을 방지해 에너지 절약을 가능한 환경친화적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노후 엘리베이터 리모델링 가능=그렇다면 10년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대리는 낡고 멍청한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걸까요. 업계에 따르면 오래된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 선로만 있으면 기존 제품 브랜드에 상관없이 가능하며 엘리베이터 제어반만 교체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비용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사실상 주문제작인데다 옵션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값이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박상훈기자 nanugi@
자료도움=오티스엘리베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