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ㆍ이온 충돌로 신물질 미세구조 발견
국산 가속기 '코리아' 4600억 투입 2015년 완공
핵과학 등 활용 다양… 친환경 에너지 확산 기대
이달 초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발표되었습니다. 영국, 미국, 인도 등 과학 선진국 과학자들이 그 영예를 안았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수상은 물론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국내 과학기술에 비해 노벨상을 수상할 만한 기초과학 연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해마다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 기초과학 발전을 주도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 연구를 주목적으로 한 거대과학도시로, 핵심에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이온가속기는 해외에서 숱한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에 설치될 중이온가속기 `코리아(KoRIA)'는 2012년 착공해 2015년 완성되며 4600억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중이온가속기의 원리=가속기는 물질의 미세 구조를 밝히기 위해 원자핵이나 이온을 가속해 충돌시키는 장치입니다. 전자, 양성자, 중이온 중 무엇을 가속하느냐에 따라 분류되는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중이온가속기는 안정된 상태의 중이온을 고에너지로 가속시켜 다른 원자핵에 충돌을 일으킨 후 원자핵이나 소립자를 관찰하거나 신물질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여기서 신물질은 인류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원자핵물질을 말합니다.
동위원소 빔 가속 생성이 가능한 중이온가속기는 펨토 미터(1000조분의 1미터) 크기의 원자핵이 생성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관찰하며 신물질의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중이온가속기야말로 신비의 베일에 가려진 약 1만개의 동위원소를 밝혀낼 가장 강력한 장치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설치될 `KoRIA'는 기존의 중이온가속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첫 번째 가속으로 만들어진 초단수명 동위원소 빔을 다시 가속해 매우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듭니다. 새로운 원자핵을 합성해 낼 확률이 기존 중이온가속기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현재 건립 중인 미국의 중이온가속기 `FRIB'보다 한 단계 앞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KoRIA'는 핵, 물리, 바이오, 의학, 원자력, 원자ㆍ분자, 입자와 관련된 폭넓은 분야의 연구도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어 몇몇 분야 연구에 한정된 해외 가속기보다 더 실용적입니다.
설치 규모도 엄청납니다. 가속기 주변에 함께 건립되는 부대연구시설을 포함할 경우 웬만한 축구경기장의 몇 배 이상 되는 면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단일 시설로는 국내에서 좀처럼 유래를 찾기 힘든 거대과학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핵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중이온가속기는 1차적으로 핵과학, 핵물리 등 순수 과학 분야 연구에, 2차적으로는 그 밖의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다목적 연구 기반시설입니다. 전문가들은 `KoRIA'가 설치되면 특히 국내 미래 에너지와 의료 분야에 탁월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이온가속기를 원자력 연구에 이용할 경우 폐기물 생성량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는 원천 기술 개발에 도움을 얻을 전망입니다. 이러한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친환경 원자력 에너지 이용률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가속기 운용 시 발생되는 중이온 빔은, X선 등의 방사선 이후 가장 혁신적인 암 치료 기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이온 빔은 환부에 최소 오차 이내로 발사해 주변의 중요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기존의 방사선 치료로 수술이 어려운 뇌종양까지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미 독일과 일본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KoRIA와 같은 최첨단 연구 시설을 우리 기술로 만든다는 것 자체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가속기 건설에는 초전도, 진공, 초정밀 센서, RF 기술, IT기술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가히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KoRIA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의 개발과 연관 산업의 육성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과학적, 산업적 측면에서 쇄빙선인 `아라온'이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만큼 큰 파급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자료제공=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추진지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