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서비스로 상생공존 '황금비율' 모색
스마트폰 출시 계기 와이브로ㆍ와이파이 필요성 대두
통신 3사, 3개망 '불편한 동거'속 효율적 활용에 고심
이동통신망이 점차 복잡ㆍ고도화되는 가운데 주력망으로 불리는 이동전화(2G, 3G)망과 천덕꾸러기로 인식됐던 와이브로, 와이파이(무선랜) 망이 공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들 3개 무선 인프라의 상생적 공존은 컨버전스 시대의 성공적인 MNO(이동통신사업자) 조건으로 부상하는 양상입니다. KT와 SK텔레콤 등 주요 이통사들이 컨버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동전화망, 와이브로, 와이파이 망간의 황금비율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무선통합(FMC)과 유무선대체(FMS) 현상이 가속화할수록 이런 고민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그 답을 찾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3개 인프라는 여전히 서로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칼날'을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전화, 와이브로, 와아파이망은 서로 다른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 이외에 전국망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음성에 주로 이용하는 이동전화(2G:셀룰러/PCS, 3G:WCDMA/HSPA/리비전A) 망은 전국 84개 주요도시를 비롯해 산간오지까지 커버하는 전국망이지만, 와이브로와 와이파이는 그렇지 못합니다. 와이브로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 와이파이는 핫스팟으로 불리는 특정 지역 위주로 구축돼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망이 음성 위주냐 데이터 위주냐, 사업자의 수익모델이 있느냐 없느냐 등의 이유로 생겨나게 됐습니다. 음성은 전국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국을 누비며 아주 촘촘하게 구축됐지만, 데이터 전용인 와이브로와 와이파이는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됐습니다. 특히 와이브로는 기존 이동전화와의 카니벌라이제이션(시장잠식) 등 수익성을 이유로 투자가 부진해 매우 제한적인 망만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수익성과 가입자 측면에서는 주력망과 보완망이란 차이가 존재합니다. 전국망인 이동전화망은 수익과 가입자 확보 측면에서 당연히 주력망이고, 와이브로와 와이파이는 이를 보완하는 성격입니다. 사실은 보완재란 성격도 최근에 정의된 것으로,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수익 관점으로만 보면 사업자 의지도, 소비자 요구도 없는 와이브로와 와이파이는 정리하는 게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의 컨버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런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3개 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위 컨버전스 시대의 `네트워크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인식의 기폭제는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은 별도의 운영체제(OS:윈도모바일, 심비안, 안드로이드, 리눅스)를 탑재하고 있어 `전화가 가능한 움직이는 PC'와도 같습니다. 이런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무선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별도의 단말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통신서비스를 한 단말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게되면서 컨버전스의 총아로 부상한 것입니다. SK텔레콤이 출시한 `3G+와이브로' 스마트폰, KT가 조만간 출시할 `3G+와이브로+와이파이'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가능한 애플의 `아이폰'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런 가운데 KT는 3W전략(3G+와이브로+와이파이)을 들고 나왔습니다. 3개 망과 서비스를 융합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가입자 매출(ARPU)을 증대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SK텔레콤 역시 KT와 크게 다르지 안습니다. 와이파이 사업은 사실상 정리를 했지만, 애물단지 와이브로망과 기존 이동전화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합해 컨버전스 경쟁력을 높이느냐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내년1월 합병법인으로 거듭나는 LG그룹 통신3사(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의 고민도 매한가지입니다. 결국 3사 모두가 복합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컨버전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를 성장의 동력을 삼을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고민의 답은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3개 망에 기반한 서비스간에는 시장 경쟁적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KT는 와이브로를 3G의 경쟁재가 아닌 보완재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음성은 3G로 데이터는 와이브로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수조원을 들여 구축한 3G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3G는 한 때 고속데이터 통신에 뛰어난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기도 했었습니다. 와이브로와 와이파이 역시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서비스 측면에서는 같기 때문에 경쟁관계가 성립합니다.
한마디로 3G, 와이브로, 와이파이는 언제라도 `불편한 동거인'의 관계가 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일각에서는 "복합망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동전화가 중심이고 나머지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며 "이런 복합망 전략의 기저에는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에 대한 투자압박을 비껴가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는 혹평도 내놓고 있습니다.
사업자들이 컨버전스의 가속화와 함께 어떤 복합망 전략을 운용할지 아직 전체 그림을 그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복합망 전략은 컨버전스 대중화의 관건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동전화, 와이브로, 와이파이 3개 복합망간의 황금비율, 그 정답은 어디에 있을까요.
김응열기자 uykim@
